위로의 말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생존모드에 있는 사람들. 스트레스로 인해 호르몬 과다 분출로 많이들 예민해 있고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 챙김' 이라든지 '웰빙'이라든지 위로를 받는 책이 많이 보입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작가 매트 헤이그의 또다른 책 <위로의 책>입니다. 제목부터 위로의 책이에요. 짧은 글에서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작가 소개를 보면 오랜 시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우울과 싸운 끝에 전업작가로의 삶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글은 '어둠 속에서 발견한 일종의 구원'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우울해 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저는 앞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포스트 하면서 작가 이름을 다시 확인하고 남자분인걸 알았습니다. 여태까지 매그 헤이그인줄 알았습니다. 작중 주인공 노라의 심리를 너무 잘 그려내서 여자분인줄 알았습니다. 성별에 상관없이 다정한 말에 글을 읽다보면 위로를 받습니다. 글은 짧은 에세이의 모음입니다. 힘들때 그냥 꺼내서 짧게 짧게 읽어도 됩니다. 좋아요. 각 파트별로 좋았던 구절을 보겠습니다.
1. 살아있다는 것, 그걸로 충분해
'후무스를 만드는 동안'이라는 글입니다.
요리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하지만 치유의 힘이 가장 큰 요리는 요리할 필요가 거의 없는 요리다. 레시피가 너무 간단해서 그냥 모든 재료를 한데 모으고 섞으면 되는 그런 요리 말이다. 말 그대로 이것저것 합쳐서 짬뽕하는 요리. 이런 요리 같지 않은 요리 중에서 내가 가장 놓아하는 건 후무스(병아리콩을 삶아 으깨 만든 디핑 소스)다. 후무스는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음식이다. 그래서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도 빠르게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 모른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후무스는 정말 큰 위안을 준다.
이스라엘계 영국인 요리사 요탐 오토랭기는 후무스에 '정서적인 힘'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동 국가들에서는 후무스를 두고 서로의 레시피가 더 훌륭하다고 주장하며 경쟁까지 벌인다고 한다. 그만큼 후무스는 음식 그 이상이다. 후무스는 기본적인 디핑 소스이고, 요리계의 산소와 같다. 후무스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물론, 상상할 수는 있지만 지금보다 슬픈 세상이 될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여러 방법으로 후무스를 직접 만들었는데 최근에야 드디어 가장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찾았다.
병아리콩 두 통, 타히니 한 숟갈 듬뿍, 마늘(많다 싶을 정로로), 올리브 오일 약간, 레몬 한 개 분량의 레몬즙, 농도를 맞추기 위해 물 약간, 쿠민, 카이엔(페퍼), 소금 한 꼬집씩이 필요하다. 재료를 전부 섞고 먹기 전에 쿠민고 올리브 오일을 약간 추가한다. 따듯하고 신선한 빵을 준비한다. 올리브 롤, 피타, 뭐든 좋다. 빵을 찢어 후무스에 찍어서 맛있게 먹는다.
후무스 드셔 보셨나요? 저는 이 책을 읽고 한참 잊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후무스를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병아리콩을 주문하고 만들어 먹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놀라운 일인데 후무스에 대한 글을 읽었다고 생각했지 어디서 읽었는지도 몰랐는데 어느 날 만들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으로 말이죠. 만들어서 가족들에게 나눠 줬습니다. 엄마가 '건강한 맛이네'라고 말하고 넘겼지만 난생 처음 먹는 후무스를 만들어서 제가 직접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병아리콩을 8시간 이상 물에 불리면 뚱뚱한 병아리콩이 됩니다. 귀엽습니다. 오래 불리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부풉니다.
왠지 모르지만 이 글은 따듯하고 위로가 됩니다. 제 옆에서 후무스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기분입니다.
2. 흘러가는대로 둬도 괜찮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열 가지 이유
하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둘,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돌이킬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셋, 상처를 준 당사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상처를 풀기 때문에
넷, 고통을 잠시나마 잊으려고 더 큰 고통을 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다섯,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섯, 자기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일곱, 행복은 모든 걸 다 끝마쳐야만 도착할 수 있는 목적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덟, 예측 불가능한 것들로 가득찬 세상에서 무언가를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아홉, 아픈 기억을 피하려고 지금 이 순간을 밀어내기 때문에
열, 행복을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길을 걷다 그냥 아 내가 지금 행복하구나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전 있습니다. 아 고요하고 햇빛 비치는 이 순간이 너무 아름답구나. 그래서가 아니라 그냥 행복하네 라고 느끼는 순간 말입니다. 나와 내게 욕심을 내려놓으면 뭉쳐있던 감정이 좀 내려갑니다.
3. 완벽하지 않아도 나무는 나무
차라리 실망시키는 게 낫다
예전에 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래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했다. 가기 싫은 모임에 갔다. 대화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계속 만났다. 거짓으로 미소 지었다.
그러다 내 마음이 폭발해버렸다.
자폭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그 때 깨달았다.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런 마음이 제게도 꽤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120%로 달리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그러다 보면 그게 제 평균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저는 무리하고 있었던 겁니다. 자연스러움이 필요한데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게 군 것이지요. 여러분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신지 관찰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4. 어제를 후회하지도, 내일을 겁내지도 않기를
날것 그대로 바라보기
자신과 세상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전이다. 어떤 상처가 있는지 알아야만 치유할 수 있다. 움찔하지 않기 위해. 고통을 부정하고 외면하면서 평생을 살지 않기 위해. 감정을 피하지 않기 위해. 불교 사상가인 페마 초드론은 말했다.
"우리가 가장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입히는 해는 자신을 솔직하고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용기와 존중이 없는 무지함이다."
날것 그대로 바라봐야 치유할 수 있다.
성공하고 싶으면 우선 잘못된 것을 버리고 그 곳에 넣고 싶은 것을 넣어야 합니다. 버릴 것을 찾는 것이 관찰이고 관찰은 솔직하게 봐야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면서요. 사랑에도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언제 읽어도 좋은 책
어느 장을 펼쳐도 좋은 친구의 조언같이 느껴집니다. 작가의 말처럼 쿨하게 말고 따듯하게. 따듯한 사람들과 함께 삶을 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