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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죽기 전의 도서관

by 히카리 프로젝트 2023. 12. 28.

죽기 전에 열리는 도서관이라니 너무 궁금하지 않습니까?

몇 년 전 베스트셀러로 도서관에서 빌리려다 못 빌리고 산 책입니다. 그만큼 읽는 사람이 많았는데 얼마나 재밌을려나 하고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매트 헤이그의 세계

  소설 속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생생해 작가 약력을 찾아보기까지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동화작가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깨닫고 가족과 파트너의 도움으로 건강이 회복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작가인 줄 알았는데 책도 많이 쓴 작가였군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가 아주 가까이 느껴져 더 공감이 되었습니다.

줄거리

  흔한 말로 불행은 같이 몰려 다닌다고 하죠. 결혼식도 이틀 전에 취소하고, 다니던 직장인 악기점에서 해고당하고, 삶에 의욕도 없어진 주인공 노라는 자살하기 전 기르던 고양이가 죽은 걸 맘에 드는 남자에게서 듣습니다. 다 망했는데 애완동물도 죽다니.. 노라는 자살을 시도하고 삶과 죽음 사이의 자정에 열리는 도서관에서 친하게 지냈던 사서 엘름 부인을 만나죠. 이 도서관에서는 죽음이 밖에서 찾아오기 전까지 못 살아 봤던 삶을 살아볼 기회 있습니다. 노라는 많은 책을 열어 보고 해 보지 못한 상황들을 선택해보고 살아보죠. 정말 많이 살아봅니다. 특히 못해봐서 후회스러운 삶들, 결혼도 해보고 수영선수도 되어 보고 유명 강사도 되어 많은 대중 앞에서 강연도 하고 빙하학자도 되어 보고... 안 살아본 삶을 살아보다 실망을 하면 자정의 도서관으로 되돌아옵니다. 죽고 싶었던 노라는 다른 삶을 살아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후회의 책'은 다른 삶을 살며 후회가 없어지니 점점 얇아집니다. 그녀의 꿈이었던 밴드 라비린스 보컬로 공연합니다. 수많은 삶을 살아보고 도서관에서 엘름부인과 체스를 둡니다. 노라는 살고 싶어졌고 도서관은 무너지고 깨어납니다. 노라부인은 살라고 계속 말해주죠. 그리고 그녀는 깨어나서 미뤄뒀던 현실을 살기 시작합니다. 요양원의 엘름부인도 만나 체스도 두고요. 

삶과 죽음 사이에 내게는 무엇이 있을까요?

  노라에게는 도서관이 행복이 장소였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엘름 부인도 멘토 같은 분이였겠죠. 저에게는 어떤 곳이 펼쳐지고 어떤 사람을 만날까요? 저는 커다란 무용실에 저의 운동 선생님이 계실 것 같네요. 근데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은 실제 그 사람은 아닙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 다른 모습일 수도 있고, 내가 만들어낸 내 속의 멘토일 수도 있어요. 저는 무용실이라면 책 대신 토슈즈를 신어 볼 수도 있겠네요. 저는 발레리나나 댄서는 아닙니다만 그 곳에서 평안함을 느끼네요. 도서관도 좋고 중동의 상설시장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평안한 장소를 생각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옆에서의 속삭임, 혹은 내 내면의 이야기

  노라의 이야기는 잘난 척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내 친구나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일이 잘 안 풀리고 그냥 다 그만 두고 싶을 때의 모습은 누구나 한 번 쯤 있잖아요.  바닥을 치고 다 뒤섞인 것 같은 느낌. 그럴 때 오히려 힘을 빼서 그런지 평소에 못 보던 것들을 보게 됩니다. 귀엽다고 생각한 남자가 말을 건다던지 가족의 모르던 모습을 발견한다던지. 별것 아닌 것 같고 중요한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마음에 와 닿는 말이라던지. 

  "수영장은 평소보다 좀 더 붐볐다......."

  "세상의 좋은 것은 모두 거칠고 자유롭다."

 

  이런 글은 평범한 말인데 왜 특별하게 느껴지나.
  어 내 생각인데 왠지 익숙한데 하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저한테만 익숙한 건 아니겠죠?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작가가 동화작가도 겸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힘주고 어렵게 쓰는 말이 아니라 다정하면서도 알아듣기 쉽고 묘사도 연상도 잘 되기 때문에 내 속에서 들리는 이야기 같이 느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후회의 책은 무엇일까요?

  00를 못한 것이 후회돼. 00와 만나지 않은 것이 후회돼. 00를 갔어야 했는데 못 가서 후회돼. 책에는 '넘치는 후회'라는 말이 나오는데 후회들을 계속 두면 넘치게 되겠죠.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다 그만두고 싶은 시기가 올거에요
  후회하고 그냥 죽기에는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땅은 무덤이라고 하죠. 못 해 본 꿈들, 못 벌어 본 돈들, 못 만들어본 작품들... 꼭 죽음과 삶의 중간 도서관에서만 그걸 실현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상황을 상상해 보거나, 아니면 시도를 해봐야겠죠. 하고 후회가 안 하고 후회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후회되는 것들을 찾아서 시도해 보거나, 대체할 만한 것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살면서 후회의 책을 얇게 만들어야겠습니다.